이혼시 채무에 대한 재산분할 검토 - 대법원 2013.6.20. 선고 2010므4071,4088 전원합의체 판결 -
Ⅰ. 사실관계 및 관련 법조문
1. 사안의 개요
원고(남)와 피고(여)는 2001. 10. 16.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인데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결혼 후 원고는 정당의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는 등 특별한 수입이 없었고, 가정 경제의 대부분은 피고의 수입에 의존하였다. 피고는 2006. 8. 31. 원고의 부정한 행위를 목격하였으나 피고의 친정어머니의 설득으로 혼인관계를 지속하였다. 원고는 2007. 11.경 다투는 와중에 말로써 피고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이혼을 요구하였고, 이때부터 혼인생활은 파탄났고, 원고는 2008. 6. 14. 끝내 집을 나갔다. 그 후 원고와 피고는 2008. 10. 경부터 이혼을 전제로 빚 청산 등을 협의하였으나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원고는 피고에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다.
[일자별 정리]
2001. 10. 16. 원고와 피고의 혼인성립
2008. 10.경 이후 이혼 협의를 하였으나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함
2010. 5. 18. 1심 판결 선고 (채무에 대한 재산분할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
2010. 10. 19. 항소심 판결 선고 (1심과 동일)
2013. 6. 20. 상고심 판결 선고 (파기환송)
[대상판결의 요지]
가. 1심 및 항소심 판결의 요지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는 청산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부부 일방이 위와 같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 총 재산가액에서 위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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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재산 |
소극재산 |
합 계 | |||
원 고 |
우체국장기주택마련 보험해약환급금 예상액 |
5,509,190원 |
대구은행 대출금 |
3,529,08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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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예금채권 |
234,82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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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
5,744,01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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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9,080원 |
2,214,930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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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고 |
대구 달성군 아파트(시가) |
185,000,000원 |
아파트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
100,00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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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대출금 |
96,045,008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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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대출금 |
11,776,021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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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대출금 |
15,87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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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대출금 |
3,18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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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
186,00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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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871,029원 |
(-)40,871,029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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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재산 합계 |
191,744,01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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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0,109원 |
(-)38,656,099원 |
그리하여 피고(반소 원고)의 재산분할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고, 후자의 경우라고 하여 당연히 재산분할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할 것이다.
2. 참조조문(관련 법조문)
민 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제843조(준용규정)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는 제806조를 준용하고,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자녀의 양육책임 등에 관하여는 제837조를 준용하며, 재판상 이혼에 따른 면접교섭권에 관하여는 제837조의2를 준용하고,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 관하여는 제839조의2를 준용하며,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 보전을 위한 사해행위취소권에 관하여는 제839조의3을 준용한다.
Ⅱ. 논점의 정리
대상 판결은 채무가 재산분할청구의 대상이 되는지가 주된 쟁점인 바, 재산분할의 의의를 청산적 요소와 부양적 요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민법 조문 상 재산분할청구권에서 ‘재산’의 의미를 그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검토해 보아야 한다.
Ⅲ. 이론적 검토와 본 사안에의 적용
1. 재산분할의 요소
혼인 중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재산은 각자의 지분에 따라 분할하는 청산적 분할과 이혼으로 인하여 생활이 어렵게 된 배우자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부양적 분할이 있다. 전자에 대한 이견은 없으나, 후자의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재산분할의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재산분할에 청산적, 부양적 요소 이외에 위자료적 요소도 포함된다는 설이 있으나 대법원 판례가 재산분할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 것이나, 민법은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을 구분하여 그 근거와 성질을 달리 정하고 있으며, 그동안 판례도 위자료 청구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별개의 청구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이상 재산분할에서 위자료적 요소를 포함시킬 이유는 없다고 보인다.
2.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해석
“쌍방의 협력”은 부부 공동의 협력을 의미하며,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일방배우자의 협력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을 하는 다른 일방의 노동도 협력으로 인정하고 평가함을 의미한다. 판례는 실질적인 공동재산은 물론 고유재산(특유재산)이라 하더라도 일방 배우자가 가사노동 등 직 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가사노동이 공동재산은 물론 특유재산의 유지에도 기여하였다면 이를 협력으로 인정하여,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3. 채무가 재산분할에서의 ‘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부부 각자의 채무부담이 재산증식에 수반되는 경우에는 이 채무 역시 증식재산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그 개인의 채무로서 청산의 대상이 되지 않으나,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의 대상이 된다. 이는 우리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계속하여 인정해온 것이기도 하다.
다만, 대상 판결 이전의 대법원은 소극재산의 분할에 대하여 부부의 총 재산가액에서 채무액을 공제하면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는 과거 대외적 경제활동을 하고 채무를 지는 자가 주로 남성인 점에 비추어, 이혼시 채무의 재산분할을 허용할 경우 여성의 향후 생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를 고려여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전 판례는 재산분할에 있어서, 민법 제839조의 2의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서 청산적 요소를 고려할 경우 당연히 채무도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될 것이나 “기타 사정을 참작”하는 것에서 부양적 요소를 고려하여, 부부의 총 적극 재산보다 소극 재산이 많거나 같은 경우에는 재산 분할을 제한하여 경제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방에게 채무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론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실현과 여성의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이전의 판례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산분할의 원칙으로 돌아가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채무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법 해석이라 할 것이며, 민법의 문리적 해석에도 반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4. 사안의 적용
대상판결의 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인 원고가 이혼을 청구하였으나 그 이혼의 귀책사유는 원고에게 인정된 점, 부부공동생활의 유지에 원고는 거의 기여한 점이 없고 여성인 피고가 경제활동을 하여 공동재산을 대부분 형성하였고, 그에 따라 각종 채무를 지게된 점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대상판결 이전의 판례에 따라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였으므로 채무를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을 경제적 약자로 보아 보호하려 한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사안에서 원고는 총 재산이 적극재산으로 2,214,930원이 있으나 피고는 총 재산이 소극재산으로 40,871,029원이므로, 채무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경우 부부 공동생활을 위하여 경제적 부양을 해 온 피고에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 피고를 구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채무의 분할은 판결에 의해 특정 채무의 인수를 하는 것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채무 자체의 인수를 명하는 판결은 불가능하다고 보이며, 적극재산의 분할과 마찬가지로 채무의 총합을 고려하여 원고와 피고 간에 금전채권을 발생하게 하는 형성판결의 형태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채무의 분할시 그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채무 부담의 경위, 공동생활의 기여정도, 당사자의 경제능력 등 제반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Ⅳ. 대상 판결의 의의와 문제점
1. 대상 판결의 의의
기존의 판결은 재산분할 청구사건에 있어서 부양적 요소가 고려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에, 이혼 후 생계능력이 부족한 일방배우자의 경제를 배려하는 기본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채무를 청산적 요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민법이 재산분할청구를 도입한 근본적인 입법취지가 헌법상 양성평등의 원칙을 구체화하여 일방의 가사노동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재산취득을 인정한다는 점, 고유재산 이외에 부부가 협력하여 취득한 재산은 부부의 공동재산으로서 귀속시킨다는 점,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이라고 본다면, 기존의 재산분할청구권의 대상에 대한 해석은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청산적 요소에 채무를 적극 반영하고 부양적 요소는 그 액수를 산정할 때 고려함으로써 법의 문리해석과 논리해석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또한 이혼시 재산분할의 근원적인 취지에 따라 변화한 시대의 흐름을 맞추어 실질적인 양성 평등을 실현하고, 재산의 적정 분배를 통하여 이혼의 자유를 보장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2. 대상 판결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안
그러나 대법원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다수의견이 이혼하는 부부 간 채무의 분할시 실제 적용에 있어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사실심에 부담 가중하고 있는 점, 변제기 미도래 채무나 허위채무 등의 처리, 제3자(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증명책임, 채무 분할시 일방 당사자의 채무 증가로 인한 고유재산 침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채무의 분할임에도 실제적으로 부부 간에만 채권관계가 성립하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재산분할제도의 커다란 틀 안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재산분할의 액수를 정함에 있어 법원의 재량이 인정되는 점에서 부양적 요소를 보충적으로 고려한다면 채무의 분할도 충분히 공동재산에 포함시켜 분할할 수 있을 것이고, 분할의 대상이 되는 채무를 확정할 경우 변제기 미도래의 채무는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중간이익을 공제하는 등의 방법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혼이라는 신분관계의 해소에 제3자인 채권자가 개입할 여지가 있으나, 재산분할은 이혼으로 발생되는 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재산관계의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제3자가 신분관계에 영향을 줄 소지가 적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채무의 증명에 있어서 다툼이 있는 경우 파산법 상의 재산조회신청과 같은 제도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 론
이혼시 재산분할제도의 도입취지와 민법 제839조의2의 문리해석, 부부 경제생활에 관한 변화한 시대상을 고려하면, 재산분할의 청산적 요소에 채무를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대법원 판례가 선회한 것은 결과적으로 타당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부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으로 채무의 확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고창현, “신설된 재산분할청구권 제도”, 민사법학의 제문제, 소봉 김용한 교수 회갑기념, 1990.
배성호,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에 관한 재검토(상)”, 사법행정 제42권 제11호, 한국사법행정학회, 2001.
윤부찬, “재산분할청구권의 법적 성격에 관한 재검토”, 한남법학연구 제1권 제1호, 한남대학교 과학기술법연구원, 2013.
조은희, “이혼시 공정한 재산분할에 대한 소고”, 법과 정책 제12권 제1호, 제주대학교 법과정책 연구소,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