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칼 아래에서

Story 2014. 4. 6. 14:54

 

 

눈부심이 날카로운 빛의 칼이 되어
허약해진 정신의 상처에 내리꽂힐 때가 있다.


지나간 시간이 남기고 간 것들 중 냉엄하고도 냉혹한 진실은
다소 처절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결과물로서의 '나'이다.
결코 그치지 않을 것만 같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동굴의 괴물은
끊임 없이 제물을 요구한다.
산 자의 피로도 달래어질 수 없는 괴물의 고통은 잠시 유보될 뿐,
제식이 끝난 후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기짐은 그 무엇으로도 달래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화해할 수 없던 자신과의 타협의 가능성을 찾아가며
나는 나이듦을 배운다.
무수한 미래에의 가능성을 유폐시키고,
극소수로 남은 선택의 확률적 수치를 높이는 것..
그럼에도 부단한 싸움과 고독에의 몰입을 요구하는
미래의 잔인함을 탓하지 않을 것..
열기에 순간적으로 휩싸여 자신을 태우지 않을 것..
서서히, 결코 꺼지지 않을 불꽃 속에 산화하면서도 살아남을 것..
잊지 않을 것..

...

깨어있어야 한다.

가을 하늘의 눈부심을 위해 스스로의 색을 바꾸면서도
돌아올 봄의 초록을 잊지 않는 식물의 미덕과 같이.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색으로 완전히 물들어 자신까지 잊지 않도록 깨어있어야만 한다.
피빛 붉음과 베일 듯 날카로운 푸르름의 혼재 속에
냉정하게 굽이치는 그대의 언어가 주는 눈부심.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단절된 시간이 잉태할 수밖에 없는 간극.

나 그 벌어진 틈에 서,
빛의 칼에 내 몸을 맡긴다.

 

 

 

"서로 이겨내도록
상대방 안에서 가라앉도록 그들을 놓아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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