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기회균등?? 정의??

Story 2015. 12. 10. 15:07

법조인 '배출' 시스템을 두고 '선발'과 '양성' 각 체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서로를 비판 내지 비난하고 있다.

로스쿨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법조인 '선발'시스템 :

"공부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 그 중 100명 중 3명 정도만 법조인으로 뽑아줄께."

 

 

 

"알아서 해라"

 

자유 경쟁이다. 돈이 있든지 없든지 모두 같은 선에서 출발한다.

일견 돈이 없는 자에게도 기회가 있으니 유리한 게임인 것처럼 보인다. 게임의 방식을 보기 전까지는...

 

게임의 방식을 보면,

혼자서 교과서 중심으로, 법 이론과 조문을 달달 외워서 붙는 사법시험은 20세기에 끝이 났다.

21세기의 사법시험은 1차시험에서조차 통합 사례와 시험 직전의 최신 판례를 꿰고 있어야 총점 0.X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기본강의, 최신 판례 강의, 방대한 양의 요약강의 등등의 학원 강의에 돈을 쏟아 붓는 사람이 훨씬 유리한 게임이다.

물론 게임 자체는 공정하다. 시험자격에 집안이나 재력을 보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펜으로 시험본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유리한 게임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100명 중 3명 정도만"

 

투입되는 돈에 따라 시험에서 유리할 수도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제 고민하게 된다. 지금 최신 판례 강의를 들을 것이냐 말것이냐.

빈자의 자식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돈 좀 아낀다고 최신 판례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마주했을 때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수험기간 1년 연장이다.

공부를 1년 더 했으니까 저 돈을 주고 굳이 최신 판례 강의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다. 그러면서 또 1년 연장이다.

이런 강의가 많으니까 수험기간 연장의 핑계는 너무나 많다. 문제는 이런 강의를 다 듣는다고 해도 합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데에 있다.

개인적으로 시간과 돈의 낭비, 사회적으로 우수 인력의 낭비, 국가적으로 경제활동인구의 낭비...

 

 

 

법조인 '양성'시스템 :

"일단 싹수가 보이는 너희를 예비법조인으로 뽑아줄께... 3년 기간을 줄테니 법조인의 자질을 갖추도록."

 

 

 

"일단 싹수가 보이는"

 

로스쿨 입시의 불투명성은 싹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일관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은 현재 대학입시와 같다. 로스쿨 입시는 보는 눈이 많아서 겉으로 보기에 대학입시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트점수, 영어성적, 각종 스펙, 면접점수 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로스쿨생을 뽑기 때문에 떨어진 사람들은 정확하게 왜 떨어졌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로스쿨이 극복해야할 점은 분명하다.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이 되는 데에 있어서 앞서 본 사법시험과는 달리 완전한 자유경쟁은 아니다. 같은 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하는 것이라면 할 말은 없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새터민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에게 저 만치 앞설 수 있는 제도적 기회를 보장한다. 특별히 제한경쟁으로 뽑기도 하고, 뽑은 후에도 경제적 지원도 한다. 변호사시험을 응시하는 데에 사회적 배려대상자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유리한 조건에 있다.

 

이쯤되면 "정의란 무엇인지" "기회의 균등은 무엇인지" "평등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과연 돈 있는 사람이건 돈 없는 사람이건 같은 선상에서 자유경쟁의 전쟁에 몰아넣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게임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OK ?? 아무리 자본주의라도 이런 비인간적인 경쟁을 공정하다고 보는 것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다.

 

 

 

"3년 기간을 줄테니"

 

3년이란 시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다. 헌, 민, 형, 후4, 선택법.... 그외 연수원에서 배우는 절차법령, 실무 등을 익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로스쿨 제도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때 완벽한 실력의 변호사를 배출하고자 설계한 제도라 할 수 없다. 법률전문가로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 연수원에서 판검사(주로 판사)를 위한 빡센 훈련을 거친 유능한 전문가와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물론 연수원 출신 중에도 예외는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법조인'으로서 실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법시험 합격했다고 소장 하나, 청구취지 하나 제대로 못쓰는 것은 사실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기본적인 리걸마인드가 있구나, 진짜 열심히 노력했구나, 법에 대한 기본 지식은 있구나 정도일 것이다. 법 실력만 보면 사법시험에 생동차로 합격한 대학교 2학년생보다 신림동 원룸 꼭대기층에 사는 30대 중반의 고시생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법률가 자격을 가지고 사회에서 1~3년 정도 실무를 익힌 로스쿨 변호사들을 더 이상 연수원 출신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세무사, 사시준비를 했던 법대출신과 비교할 수는 없다.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는 시스템에서 실력이 없는 변호사는 자연 도퇴될 수 밖에 없고, 실력이 있는 변호사는 자연히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연수원 출신이냐 로스쿨 출신이냐를 두고 변호사를 평가하고 고르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실력없는 변호사는(연수원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도퇴될 것임은 분명하다. 우수한 변호사는 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갖춘 법조인이 그라운드에서 뛰면서 자기계발을 할 때 되는 것이다.

 

 

 

그럼 "선발"과 "양성"을 같이 하는 건 어떤가??

 

이것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알아야 하겠다. 사법시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로스쿨을 도입한 것인데, 같이 병행하는 것은 사법시험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로스쿨 제도의 단점도 그대로 안을 뿐이다.

사법시험의 특권화로 법조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금수저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다 투입해서 사법시험으로 몰릴 것이고, 돈 없는 사람은 사법시험을 꿈도 꾸지 못할 것이고, 초엘리트 법조귀족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도 사법연수원에서는 연수생들에게 "너희들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이고 리더이다"라는 특권의식을 계속적으로 주입하고 있는데, 비교 대상이 뚜렷해지면 더욱 그 차별은 두드러질 것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경쟁에서 밀릴 것이고 자본의 힘이 개입되면 일반 국민들은 보편적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대학교육은 다시금 황폐화될 것이고 법조인 양성 시스템은 선발 시스템에 밀려 붕괴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냥 "예비시험" 도입하자??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드니까 돈 많이 드는 로스쿨 다니는 대신에 예비시험을 합격하면 로스쿨 졸업한 것과 같이 인정해주고 변호사시험을 보게하자는 것이 예비시험 제도 이다. 일본에서 이미 도입했고 망했다는 평가가 주다.

로스쿨 다니다가 예비시험 보고 합격하면 졸업하기 전에 변호사시험 보느라, 법조인 양성은 커녕 로스쿨 다니면서부터 시험공부만 줄기차게 하게 된다.

 

 

 

결론은,

로스쿨 제도 제대로 시행해보자!!

 

로스쿨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많은 논의가 거듭된 제도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별 관심이 없다. 어떤 식으로든 돈만 있으면 나와 내 자식들을 법조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이 공정한 시험이기 때문에 기득권층이 법조인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신림동 종합반 끊고, 학원 강의 다 들으면서 사법연수생 과외받고, 고시연구회 같은 데서 강제로 책상앞에 앉아있게 하는 등 돈만 조금 쓰면 기득권층에게 사법시험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공정'이라는 탈을 쓴 '음서제'가 아닐까 싶다.

사법시험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법조인 선발제도이다. 밭가는 농민들도 볼 수 있었던 과거제이나 먹고 살기 힘든 농민들이 무슨 재주로 공부를 하여 과거에 급제하나.

국가는 알아서 공부하라고 해놓고 좋은 인재를 거져 먹고, 덜 좋은(시험에 상대적으로 부적합한) 인재는 가차없이 버리는 이 제도가 과연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합당한 것인가.

 

김영삼 정부 때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관련기관의 똑똑하신 분들이 모두 참여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최종안을 만들어 노무현 정부 때에 도입한 로스쿨 제도를 사법시험 없이 제대로 한번 추진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사시폐지로 이미 법제화된 것을 국민적 합의가 아니라는 것도 웃기고, 7~8년 전에 법률에 정해진 것을 믿고서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들이 뭔 죄가 있어서 자퇴를 하고 시험 거부를 하는 것인지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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